어디서든 배움과 삶의 기쁨을 발견하는

학교를 꿈꿉니다.

백 명 기

남해보물섬고등학교 교장 

   도서실 옆 복도에 서서

   창문 너머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봅니다.

   4차 산업혁명, AI, 전기자동차, 드론, 우주여행 …

   아스라히 사라지는 노을의 자태는 세상의 급격한 변화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당당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매일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남해보물섬고등학교의 개교를 준비하며 가졌던 마음을 다시 떠올립니다.

   입시와 경쟁교육에서 잃어버리고

   암기공부와 시험 뒤로 미루어 온 질문

   나는 누구인가?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나를 새롭게 바꾸고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

   그 질문을 당장 꺼내어 함께 고민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학교

   누구나 가졌던 어릴 적 꿈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을 다시 떠올리는 학교

   스스로 계획하고 용감하게 실행하고 냉정하게 평가하여

   성과보다는 성찰을, 결과보다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고

   각자 자기 안에 있는 보물을 찾아가는 학교

   아이와 어른이 어깨동무하고

   직위와 나이에 관계 없이

   마음껏 얘기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는,

   학교 텃밭 두렁에 난 민들레, 제비꽃, 깨풀, 속속이풀 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학교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 있지만

   자신의 삶과 사회를 예민하게 연결하고

   그것을 배움으로 삼는,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

   지구공동체를 아름답게 가꾸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학교

   마을을 지키며 살고 계신 어르신이

   서창선초등학교의 추억을 서랍 속에서 끄집어내시곤

   허허하고 미소 지으며

   따뜻하게 우리 아이들을 안아 주시는,

   구불구불한 마을 골목

   정갈하게 놓인 돌담 아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학교

   어디서든 배움과 삶의 기쁨을 발견하는 학교를 꿈꿉니다.